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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입력 2011.07.23 00:10 / 수정 2011.07.23 00:10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소아정신과 전문의
부모들의 가슴 파고드는 교육·육아 충고

아이를 길러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부모 노릇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신문·방송·책에 등장하는 교육·육아 전문가들이 “하지 말라”고 외치는 것들은 대부분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이고, “이렇게 하라”고 말하는 것들은 내가 하지 않는 것들이다. 불안해진다. 나는 나쁜 부모인 걸까. TV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우아달·SBS)’와 ‘60분 부모(EBS)’에 출연 중인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원장은 “이런 불안감을 떨치는 것이 좋은 부모가 되는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의외다. ‘우아달’에서 부모들에게 눈물 쏙 빠지는 따끔한 충고를 던지기로 유명한 그가 아닌가. 그가 말하는 좋은 엄마·아빠는 어떤 사람일까. 

글=김선하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자녀 양육의 불안감을 극복하라고 했다.

 “아이 키우는 일, 절대 쉽지 않다. 갓난 아기든, 유치원생이든, 공부를 막 시작한 초등학생이든, 사사건건 반항하는 중·고교생이든 다 마찬가지다. 부모가 불안한 건 당연하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부모가 100% 완전한 사람이라 아이를 키우는 걸까. 부모 역시 불완전한 사람이다. 하지만 부모가 됨으로써 생기는 고통·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늘 부모의 사랑을 받고, 부모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애들을 약하고 수동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 말라. 굉장히 생존력이 강하고 적극적인 존재다. 끊임없이 부모로부터 사랑받기 원하고, 눈길을 끌기 원한다. 완벽한 부모가 되려고 애쓰는 것보다 아이와 함께 학습해나간다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초보 부모들에겐 쉽지 않은 주문일 것 같은데.

 “무조건 참고 견디란 얘기가 아니다. 부모도 인간인 이상 미숙한 면이 많고, 실수도 한다. 금방 돌아서 후회할 일을 아이에게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빨리 수습하고, 사과하는 것이다. 아이들도 ‘진심’이 뭔지 안다. 그리고 부모를 잘 용서해준다. 그들에게 부모가 그만큼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얼른 사과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진심이 담긴 눈빛으로 안아주고, 미안하다고 말해라. 불안하고 예민한 아이일 경우 ‘그때 엄마가 나한테 이랬지’ 하면서 자신이 경험한 부정적인 일을 계속 반복해서 얘기하기도 한다. 최악의 반응은 ‘엄마가 미안하다고 했잖아! 그만해’라고 되받는 것이다. ‘네가 그렇게 힘들어 할 줄 몰랐어. 정말 미안하구나’라고 말해보라. 상황이 훨씬 좋아질 것이다.”

●과거에 비해 가구당 자녀 수가 훨씬 줄었다. 그런데 부모들은 더 힘겨워하는 것 같다.

 “맡아야 할 역할이 너무 늘어난 게 큰 원인인 것 같다. 엄마의 경우부터 보자면… 옛날 여성들은 직업과 육아를 병행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지금은 맞벌이가 흔하다. 또 요즘 엄마, 특히 30대 엄마들은 그들의 부모로부터 엄청난 보살핌을 받고 자란 세대다. 남녀 평등에 대한 교육도 받았고…. 많은 30대 여성이 집에서 엄마 역할만 하면 자신이 후퇴하는 것 아닌가 불안해한다. 반대로 밖에 나가 늦게까지 일하면 아이에게 못할 짓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죄책감을 갖곤 한다. 정체성의 통합이 잘 안 이뤄지고 있단 뜻이다. 정보의 홍수도 원인이다. 인터넷에서 육아 정보를 검색해보면 하지 말라는 것 투성이다. 점점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지 확신이 없어지게 된다. 그래서 더 불안해진다.”

●엄마의 불안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공부를 예로 들어보자. 똑똑한 것 같긴 한데 시험 성적은 나쁜 아이가 있다고 치자. 좋아하는 것에 몰입할 줄 알고, 친구 관계도 원만한데, 성적은 중·하위권인 경우다. 내 아이가 그렇다면 나는 별로 걱정 안 할 것 같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학벌이 전부가 아니란 것도 깨달았고, 아이가 이해력이 있고 대인관계도 나쁘지 않다면 사업이든 취직이든 뭐라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엄마가 아이 성적이 떨어지면 이걸 그 아이의 전반적인 문제로 확대 해석하곤 한다. 성적 때문에 대학에 못 가고, 취직도 못하고, 20년 뒤에도 제 구실 못할 아이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성적만 빼면 아무 문제가 없는 아이인데 말이다. 보통 이런 엄마들은 끊임없이 불안해하면서 이 엄마 만나 정보 얻고, 저 학원에 애를 보내 테스트를 받게 한다. 아이의 눈에는 부모가 자신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비친다. 부모로부터 인정을 못 받는 아이가 어떻게 되는지 아나? 자기 확신, 자존감이 크게 떨어진다. 성적 좀 높이겠다고 시작한 일이 아이에게 전반적으로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공부를 안 시킬 순 없지 않나.

 “일단 엄마가 아이에게 ‘성적 외에는 네가 아주 좋은 아이’란 걸 확신시켜야 한다. 다만 더 잘할 수 있는데 성적이 이 정도인 것은 공부 방법이나 시험 보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니 같이 해결해보자고 해야 한다. ‘네가 훨씬 잘할 수 있는데’라는 말에는 굉장히 많은 신뢰가 들어 있다. 그런데 상당수 엄마가 그렇게 안 한다. 끊임없이 다른 아이와 비교한다. 그것도 전체적인 비교가 아니라, 아이의 부분 부분을 떼어서 비교한다. 비현실적일 정도로 이상적인 아이가 아니라면 도저히 못 맞출 기준을 요구하는 것이다.”

●아빠들의 문제는 뭔가.

 “아내들의 불만은 남편이 육아·교육에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세상이 변했다. 요즘 아빠들은 과거 아버지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던 집안 일과 육아를 아내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잘 모른다는 것을 드러내기 싫어한다. 원시시대 남자들에게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이 곧 죽음을 의미했다. 이런 본능이 남자들에게 그대로 남아 있다. 가령 이런 식이다. 평소 아이와 많이 안 놀아주는 아빠는 어쩌다 아내가 일요일에 집을 비우면서 반나절 동안 애를 보라고 하면 굉장히 불안해진다. 그런데 ‘나는 애 보는 법을 모르니 가르쳐달라’고 하는 대신 ‘내가 애를 어떻게 보느냐’며 문제를 자꾸 울타리 밖으로 밀어내려 한다. 이런 무관심에는 자신의 미숙함·나약함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장난감·외식·놀이동산 같은 매개체가 없이 아이와 직접 소통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아빠가 많다. 아이와 같이 두 시간 동안 컴퓨터 게임은 할 수 있는데,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서 5분간 얘기하는 것은 불편해한다. 아빠 역할도 잘하려면 훈련·연습이 필요하단 얘기다.”

●아빠들의 ‘무관심’에 진화론적 이유만 있을까.

 “물론 아빠들이 엄마들보다 상대적으로 아이에 무관심한 것은 사실이다. 아이와 끊임없이 밀고 당기면서 끈끈한 관계를 맺을 때가 대부분의 남자들에겐 모든 에너지가 승진·성공 등을 위해 밖으로 향해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이 된 다음 눈을 집으로 돌려보면 아이와 관계를 쌓아야 할 시기는 이미 다 지나가버린 뒤다. 그때 가서 아빠 노릇 하려고 들지만 이미 아빠는 ‘돈이나 벌어오는 사람’으로 인식돼 있다. 사실 아빠들이 세상 돌아가는 걸 잘 모르는 측면도 많다. 입시 문제가 대표적이다. 요즘 입시가 얼마나 복잡한지도 모르면서 옛날 자기 공부할 때 얘기 꺼내기 일쑤다. ‘아빠는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말을 듣게 되는 이유다. 직장에선 부장·임원이 돼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데, 집에 오면 무슨 얘기를 해도 인정을 못 받는다. 자연히 집안일에 더 무관심해지게 된다. 당신도 이렇게 되고 싶은가? 그렇지 않다면 ‘부성(父性)’도 진화할 필요가 있다. 배우자와 아이를 위해 어떤 남편, 어떤 아빠가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것이 첫 단계다.”

 그는 올해 들어 두 권의 책을 냈다.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엄마표 학교생활 처방전』이다. 책 제목을 주제로 질문을 던졌다.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중 누가 더 잘못하고 있는 건가.

 “무승부다. 따라서 좋은 부모가 되려면 엄마·아빠가 서로 머리를 맞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 과정에서 남녀의 생각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상대를 비난·무시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또 아내들의 경우 자신의 남편을 다른 사람의 ‘자상한’ 남편과 자꾸 비교하는 것은 좋지 않다. 오죽하면 ‘아친남(아내 친구 남편)’이란 신조어까지 나왔겠나. 친부모만큼 그 아이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다른 사람은 결국 내 남편, 내 아이의 아빠가 아니지 않은가. 비교가 의미가 없는 이유다.”

●협력은커녕 아이 문제만 나오면 싸우는 부부가 많은데.

 “아내·남편 모두 억울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어서다. 직장여성이든, 전업주부든 아내는 자신의 일방적인 희생이 억울하다. 남편은 남편대로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온갖 치사한 꼴 다 보면서 일하는데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억울해한다. 부부 사이에 자녀 양육 문제로 갈등이 생겼다면 한 번쯤 상대가 얘기할 때 전혀 토를 달지 말고 끝까지 가만히 들어보라. 모든 말이 동의가 되진 않겠지만, 한두 개라도 공감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럴 수 있었겠네’라고 맞장구쳐주면서 말이다. 그날만큼은 절대 자기 주장을 하지 말고 넘겨라. 상대방이 ‘저 사람이 내 말을 비난하지 않고 끝까지 들어줬다’는 걸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며칠 뒤 상대방의 마음이 좀 가라앉은 다음에 꼭 ‘이번엔 당신이 내 얘기를 끝까지 들어달라’고 요구해라. 단박에 모든 문제가 풀리진 않겠지만 적어도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거실에 노트를 붙여놓거나, e-메일로 얘기를 주고받는 것도 방법이다. 말로 할 때보다 감정을 훨씬 절제할 수 있다.”

오 은 영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고려대 의과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을 거쳐 아주대 의대 정신과 교수를 지냈다. 현재 경기도 수원에서 오은영소아청소년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와 EBS ‘60분 부모’에 출연 중이다.


오은영 원장은 외아들 어떻게 키울까
“이렇게 컸으면 하는 기대, 안 가지려 노력해요”


다른 사람들에게 양육법을 코치하는 오은영 원장은 자신의 아이를 어떻게 키웠을까. 남의 아이들 챙기느라 바빠서 정작 자기 자식은 못 돌본 건 아닐까.

●자녀는 몇 명인가. 본인의 양육 경험을 들려 달라.

 “중·고교에 다닐 땐 ‘독신주의자’를 부르짖고 다녔다. 결혼을 해서 아이가 생기면 사회적 성공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했던 것 같다. 그런 두려움이 남아있었던지 결혼 5년 동안 아이가 안 생겼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니까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 아이로 바뀌더라. 그게 모성인 것 같다. 지금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이 한 명 있고, 하나 더 안 낳은 게 후회된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아이를 키우나.

 “내 자식으로 태어나 줘서 정말 고맙다는 맘으로 아들을 본다. 만의 하나라도 내 아이에게 엄마가 24시간 필요한 상황이 된다면 아무런 미련 없이 일을 접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나 역시 사람인지라 때론 아이를 나의 소유물로 착각할 때도 있고, 아이가 이렇게 컸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들기도 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그런 마음을 견제하려고 노력한다. ‘이 아이도 나름의 행복이 있을 테지, 그것이 내 생각과 다를 수 있겠지’라고 말이다. 훈육은 단호하게 시킨 편이다. 지금도 애가 아빠보다 엄마를 더 무서워한다(웃음). 다만 한 가지는 지켰다. 지금까지 한 번도 때리거나 폭언을 한 적은 없다.”

●체벌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때리는 것이 효과적이려면 체벌을 하는 사람이 굉장히 철저한 감정 조절과 자기통제를 해야 한다. 그게 가능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또 그렇게 철저한 조절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매를 들지 않고도 충분히 가르칠 수 있다. 반대로 이게 안 되는 사람이 매를 들면 교육이 아닌 감정의 폭발일 뿐이다. 내가 6년간 방송에 출연하면서 사회에 가장 기여한 것이 ‘아이 때리지 말라’고 계속 외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방송 얘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물었다.

●아이의 문제를 방송에서 드러내는 것에 역기능은 없을까.

 “물론 역기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방송에 출연한 부모의 경우 자신의 문제가 노출돼 창피를 당하거나, 설령 야단을 맞더라도 아이가 좋아질 수 있다면 감수하겠다는 사람들이다. 순기능이 더 많다는 얘기다. 아이들의 경우에도 방송에 나올 정도면 주변 사람들이 아이의 문제를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들 아이를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에는 공감하면서도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문제를 드러내 생기는 역기능보다 문제점이 개선돼 얻어지는 이익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출처 : http://joongang.joinsmsn.com/article/308/5836308.html?cloc=joongang|article|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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